죄송합니다. 내내 비틀거리던 저를 염려하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합니다. 마음에 크고 선한 뜻을 품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어 스스로도 서운합니다.

사람을 믿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배신 당하고 버려질까 두려웠던 마음이 매번 저를 갈등하게 만들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낸 용기가 저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선택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사람의 탈을 쓰고도 사람 답게 살지 않는 자들이 많다는 것을, 저는 민창기와 그 일가, 지인들을 만나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게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산다, 그렇게 순진해서 세상을 어떻게 사냐고 했을 때도 저는 제 신념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직업이나 외모, 소위 말하는 스펙에 편견을 갖고 싶지 않았기에 그놈을 받아들였고, 그놈의 말을 믿어주었고 큰 잘못을 저지른 뒤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는 그가 뉘우치고 변할 어느 날을 기다리며 증오와 원망 대신 사랑하고 아껴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참고 노력했으나,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타고나기를 구닥다리라서 고치지 못하는 성병을 옮은 뒤부터 이미 제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자식을 바로 고소하거나 떠난다는 선택지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오랜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과의 인연으로 불치의 성병보균자가 되어 버렸지요.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저놈처럼 나몰라라 성병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새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그렇다면 병은 더욱 더 전파될 겁니다. 혼자 이 모든 걸 끌어안고 살 자신도 없었습니다. 제 선에서 비극을 끝내려면 저놈의 비위를 맞추며 나를 버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아야 했습니다.

제가 고립된 상태였다는 걸 저놈은 놀랍도록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절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해를 한 것은 본인이면서, 제게 갖가지 조건을 달며 기만 했습니다. "나는 사실은 ~한 사람이니까 니가 그걸 받아들이면 같이 살아줄 거야." "책임지기 싫고 자유롭게 놀면서 살고 싶어. 그래도 되면 같이 살게." 이렇게 불안과 공포에 떠는 제게 아무렇지도 않게 딜을 하곤 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상대의 파렴치한 언행이 선을 넘고 되풀이되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배신과 거짓말에 지쳐서 저는 제가 무얼 하고 있는지 인지조차 제대로 못했어요. 가스라이팅과 세뇌, 그거 별 것 아니더군요. 두려움에 짓눌려 자신을 지키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면 그게 바로 세뇌를 당한 겁니다. 어리석은 판단을 하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저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성실하고 똑똑한 인재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으니까요. 살면서 누구와 다툰 적도 없었고, 성실하게 공부했고 교육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성경험은 물론이고, 연애 자체도 민창기 새끼가 처음이었을 정도로 평생을 소박한 환경 속에서 얌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선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그대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착하다는 게 제 신조였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세상물정 모르는 그저 헛똑똑이였지만 말입니다.

제가 세상을 떠났다는 건 결국 이 사회가 제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차갑고 각박했다는 뜻이겠지요. 민창기처럼 법의 사각지대에서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며 망가뜨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권에서는 쉬이 다뤄지는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